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 멤버들의 고난기. 꼭 잘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버틸 수 있는 힘이 성공을 이끈다.
크래프톤은 세이클럽, 피망 등을 서비스하는 네오위즈의 멤버들, 그리고 엔씨소프트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회사다. 네오위즈의 창업자 장병규는 네오위즈를 경영하며 얻은 인맥과 평판, 그리고 첫눈을 매각하며 얻은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다. 박용현은 엔씨소프트에서 대작 리니지2를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엔씨에서 개발진을 이끌고 나와 제작 중심의 회사를 만들려 했다. 박용현 사단은 최고의 기술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때문에 박용현은 좋은 평판과 자금력을 가진 장병규와 힘을 합쳐 크래프톤을 창업한다.
장병규는 게임회사 경영자로서 준비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지도, 게임 비지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장병규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는 한국의 게임이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해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때마침 리지니2를 제작한 주요 멤버들과 함께 할 기회가 있었고, 장병규는 그 기회를 선택한 것이다.
사업초기 크래프톤(옛 블루홀 스튜디오)은 경영과 제작의 분리라는 다소 나이브한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박용현 사단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고, 장병규를 비롯한 경영진이 게임 비지니스를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표이사 김강석을 포함한 경영진은 개발 1년차에 보여주었던 프로토타잎 버전 게임의 퀄리티에 매혹되었다. 그래서 2년 후 보게 될 완성품의 퀄리티 또한 확신했다. 그들이 생각한 신작 게임의 미래는 너무도 당연한 우상향 곡선이었다. 하지만 프로토 타입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역경들이 있었고, 경영진은 그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경영진은 개발을 시작한지 2년 여가 지난 후에야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제작총괄 박용현은 게임 개발과정의 문제점을 경영진과 공유하지 않았다.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성공신화를 이룬 박용현 사단을 경영진은 너무도 믿었다. 경영진은 이들을 견제하지 못했다.
테라는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망작은 아니었다.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고 인기도 끌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테라는 게이머들을 테라 안에 지속적으로 유치하는데 실패했다. 테라가 어정쩡한 결과를 내는 가운데 게임시장은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모바일에 대응하려 크래프톤은 여러 게임회사들을 인수한다. 베틀그라운드를 개발해 내는 지노게임즈를 인수한 시기도 이때다.
테라의 실패를 통해 경영진은 제작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며, 장병규는 갈수록 근태 등을 강조하며 꼰대스러워졌다. 자금난에 처한 회사는 수 차례 정리해고를 했다. 마일스톤을 지키는데 실패한 프로젝트들은 수차례 해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황철웅 등 핵심멤버들이 이탈한다.
회사가 기울어가며 장병규의장은 개인자산을 담보로 빚을 내야했다. 회사를 매각하려고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울어가는 회사를 사려는 투자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금난 속에서 가까스로 카카오게임즈로부터 100억을 투자받지만, 오래지 않아 소진하고 만다. 배틀그라운드 출시 직전 크래프톤은 단 2개월을 버틸 수 있는 현금밖에 없었다.
배틀 그라운드는 무너지는 회사의 마지막 순간에 탄생한 작품이었다. 여러번의 실패를 겪으며 장병규를 비롯한 경영진은 신규 프로젝트에 비판적이 되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낼 때가 많았다. 지노게임즈 출신 김창한은 비우호적인 상황속에서 배틀 그라운드를 개발한다.
배틀 그라운드는 해외시장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었다. 서바이벌 장르를 창시한 브랜던 그린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트로 영입했고, 체코출신의 아트 디렉터도 영입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첫해 전 세계에서 1800만 장을 팔았다. 손익분기점은 40만장이었다.
배틀그라운드의 특별한 점은 게임 유저가 아니더라도 게임을 관객으로서 보고 즐기는 e-sports로서 흥행했다는 점이었다. 트위치를 통해 배틀 그라운드는 수많은 '관객'을 만들어낸다. 관객과 게이머의 선순환구조는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크래프톤 10년은 경험이라는 유산을 남겨주었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성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 없는 10년을 버텨낸 그들은 어쨌든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에 투자를 했고 성공했다. 그들은 어쨌든 해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병규 의장과 잠시나마 함께 했던 적이 있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도 여럿 알고 있다. 네오위즈에 근무하며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오래된 기억 속의 남은 그들의 말투와 모습들이 떠올랐다.
장병규 의장은 소탈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문화 속에 냉정한 평가를 추구했다. 특히 장병규가 첫눈의 매각이익을 회사 구성원들과 나누었던 행동은 매우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네오위즈의 성공, 첫눈의 매각으로 이미 재력가가 되어 크래프톤을 창업했을 때 장병규의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게임 분야에 도전하는 무모함, 경영과 제작의 분리하는 이상주의적 경영관 등 몬가 허술해 보이는 전략들은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야 한다. 어쩌면 큰 성취를 이룬 많은 인물들 또한 이와 같은 어리숙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크래프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시도했기 때문이다. 잘하든 못하든 시도하지 않는 이에게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들과의 신뢰를 중시했다는 점도 중요하고, 장병규나 김창한이 항상 책을 가까이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0년을 버텨낸 힘이다. 배틀 그라운드의 성공은 운이 작용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들의 인내가 바탕이 되었다. 그것은 정말로 흉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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