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tech 저널리즘

크리스퍼가 온다

btpoint 2024. 5. 31. 12:28

유전자가위로 2020년 노벨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책. 
 
세균의 방어체계
세균들의 적은 세균 바이러스다. 세균바이러스는 세균을 숙주 삼아 자신의 유전자를 세균내에 주입하고, 숙주를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식한다. 마치 우주착륙선처럼 생긴 아래 그림은 박테리오 파지라는 바이러스로, 박테리오 파지는 세균에 착륙(?)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한다. 바이러스는 잠복기로 세균 속에서 대를 거듭하다, 때가 오면 마치 에일리언처럼 급격히 번식하며 숙주를 터트려버리도 한다.

당연히 세균도 생존을 위한 방어체계가 있다. 그것이 크리스퍼-카스다. 세균은 과거에 칩입했던 바이러스 유전자를 아래 그림 상단에 나오는 목걸이처럼 생긴 크리스퍼에 저장하고 있다가, 같은 바이러스가 칩입하면 저장된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카스단백질을 결합하여 침입자에게 내려보낸다.

침입자는 크리스퍼가 내보낸 유전체와 같은 염기서열에 해당하므로 둘은 꼭 달라붙고, 이때 카스단백질은 효소를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잘라버린다. 카스단백질은 단순히 자르는 유형뿐만 아니라 달라붙어 분쇄해 버리는 것도 있고, 자르고서 새로운 유전체를 삽입할 수 있는 유형도 있다.

크리스퍼 카스기술은 세균의 방어체계를 인간의 질병치료, 동식물의 계량에 사용하는 것이다. 크리스퍼 내에 교정하려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삽입하고 이를 카스단백질과 합쳐서 내려보내 유전자를 교정한다.
 
2023년 크리스퍼 치료제 카스게비는 미국 FDA로부터 최초로 승인받았다. 카스게비는 겸상적혈구병과 베타지중해 빈혈 치료를 위한 것으로 채외에서 크리스퍼로 이미 편집된 유전체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골수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크리스퍼 기술로 교정하고 몸속에 다시 주입한다. 이외에도 면역세포인 T세포를 교정하여 암세포 등 특정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기술 등 적용방법은 다양하다.
 
크리스퍼 자체를 체외가 아닌 체내에 삽입해서 신체 내부에서 유전자편집을 직접 수행하게 하는 방식은 유전자편집 과정의 오류로 돌연변이 세포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체외에서 편집된 유전체를 삽입하는 방식이 미리 오류를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더 안전하다.
 
배아세포 편집
생식세포 배아단계에서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우생학적 방법도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로 국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행한 인간배아 실험은 크게 비판받았다. 생식세포 교정은 유전병을 사전에 치료하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과정에서의 오류 위험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최상의 유전자를 조합한 슈퍼아기를 다수의 여론은 반대하고 있다. 
 
쇼핑하듯 원하는 재료로 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기존의 윤리 체계를 혼돈에 빠트릴 것이고, 슈퍼인류의 우월성은 기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기술로 태어나고 있는 아기가 없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공개된 기술인 크리스퍼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기술의 미래
크리스퍼가 만들 엄청난 부작용들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우연히 유출된 괴물 유전체가 전세계를 파멸시킬 수도 있고, 바이러스 무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퍼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 기술을 통해 불치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삶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크리스퍼 기술 또한 인류의 미래에 명과 암 모두를 만들어내게 될 기술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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