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가 참여한 AI관련 책. 그의 혜안이 담겨있지 않을까 해서 읽어보았다. 역사적 관점에서 AI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고 좋았다.
과학과 철학의 역사
역사를 그리스로마시대, 중세시대, 르네상스시대, 현대, AI시대로 나누어 각 시대를 담는 가치관과 철학을 과학기술과 연계하여 이야기한다.
그리스 로마 시대 : 그리스 로마시대 사람들은 우리는 세상을 일부만을 알고 있고 진리탐구를 통해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고전시대는 철학과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은 종교, 다신교의 수많은 신들이 대신했다. 기억력이 작동하는 원칙을 알 수 없다면 기억의 여신을 만드는 식이었다.
중세시대 : 중세시대는 수많은 신들을 유일신 여호와로 통합했다. 기존의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은 이제 종교의 대리인인 사제의 몫이 되었으며, 이를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취급되었다. 신비로운 모든 영역을 독점하게 된 사제과 권력자들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이로서 5세기부터 15세기까지의 과학과 철학은 천년의 암흑기를 맞았다.
르네상스와 현대 : 중세시대는 2개의 혁명으로 무너졌다. 하나는 인쇄기의 발명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혁명이었다. 인쇄기의 발명은 사제의 불가침영역이었던 성서에 대한 독점권을 무너트렸고, 종교혁명은 대중들이 종교에 대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를 주었다. 진리탐구의 열정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역동성을 되찾았고, 과학은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전은 종교와 과학적 사실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냈고, 이를 메꾼 것은 칸트 등의 근현대 철학이었다.
AI시대 : AI시대에 인간은 처음으로 지적 우월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노동력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인터넷 플랫폼의 권력화
인터넷 플랫폼은 우리 안에 이미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AI다. 플랫폼은 때로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교묘하게 스며들듯 우리의 가치관과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 플랫폼은 글로벌화되고 독과점화될수록 사용자들에 더 유용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강화되어왔다. 자국 고유의 플랫폼을 가진 국가는 미국과 중국 등 극소수에 불과하며, 플랫폼들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에 뜨이지 않는 큰 권력이다.
AI를 활용하는 인간
현재 AI기술이 가진 문제점들을 근거로 AI기술의 미래를 예단해서는 안된다. AI가 인간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며, 그것이 설령 불가능하다 해도 세상을 바꾸기에는 이미 충분하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는 커질 것이고, 이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은 엄청난 일을 해낼 것이다.
AI규제의 필요성
AI에는 윤리적인 필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AI시대에 어느 한 국가나 세력을 고립시키려거나, 독점하려는 시도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그 어느 기술보다도 더 은밀하게 발전할 수 있으며, 통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소련의 핵확산 방지조약이 그랬듯, 상호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AI시대의 철학
AI는 인간의 가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수단으로써의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일은 역사상 없었던 초유의 일이다. 인간의 가치, 삶의 가치는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고, 공허한 인간을 충족시켜 줄 세 시대의 철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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