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황의 의뢰에 따라 홍보용에 가깝게 쓰인 젠슨황의 자서전. 내용의 대부분이 AI성공스토리와 후일담이며, 윌터 아이작슨의 전기들에서처럼 주인공의 내면으로 들어가지는 못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 스토리들이 매우 상세하고 새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인공지능이 큰 발걸음을 내디뎌 도약하는 순간들은 몬가 가슴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그 한계을 넘어서는 순간마다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하나씩 건너버리는 것 같은 쓸쓸함도 느껴졌다.
젠슨황은 AI붐이 일기전부터 성공한 창업가로 수천만 불을 가진 부자였다. 하지만 그는 그 성공에 자만하거나 음미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를 끝도 없어 몰아붙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일론 머스크의 전기에서 나는 그 일면을 불우한 어린 시절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원대한 비전에 스스로 감흥한 것으로 이해했다. 워렌 버핏은 그 일 자체에서 느껴지는 행복감, 그리고 끝없이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명예욕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과 관련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감지해 내기는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나오기전 수십 년 동안 엔비디아의 효용은 게이머들을 위한 것이었다. 좀 더 사실감 있는 전투신과 폭발 등을 재현해 내는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GPU는 성취를 보였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쉼 없는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의 결과로 얻은 수천만 불의 자산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 것들을 위해 쉼 없는 에너지를 보일 수 있을까? 그는 허무함을 어떻게 극복하고 에너지를 유지했을까.
젠슨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되, 해고하지 않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호되게 질책하는 것으로 해고를 대신했으며, 성과보상에 있어서도 너그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경쟁기업의 입장에서 젠슨은 무자비한 침략자였다. 엔비디아가 처음 그래픽카드 시장에 진출했을 때 경쟁기업만 35개가 있었지만, 뛰어나 보였던 여러 회사들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그들을 매몰차고 때로 야비하게 몰아친 장본인은 젠슨 황이었다.
엔비디아는 자체 공장이 없는 설계기술만 가진 회사다. 그는 그의 사업이 언제든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던 것 같다. 엔비디아도 사라져간 수십개의 그래픽칩 회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는 아니었다.젠슨황은 항상 속도를 강조했으며, 경쟁사를 압도하는 위치에 있고자 했다. 그의 쉼 없는 에너지는 그냥 타고난 능력이기도 하지만 절박감이기도 했다.
젠슨황은 GPU에 인생을 바치면서, 그리고 CUDA에 엄청난 투자를 감행하며, 그로인해 CEO에서 쫓겨날뻔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가 CUDA가 인공지능의 중요한 모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포함하여 수많은 경영학 서적들을 읽었고,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엔비디아만의 영역을 가지려고 했다. 그것이 과학자와 너드들에만 의미 있었던 CUDA를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은 이유였다.
젠슨황이 GPU 그리고 CUDA가 인공지능과 어우러질때 발휘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발견한 것은 힌튼 교수팀의 알렉스넷을 접한 이후였다. 그 시점에서 그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음을, 엔비디아의 정체성이 AI기업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때부터 그는 여가시간도 없었으며 다시금 젊은 시절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의 나이 이미 50세가 되었던 해다. 젊은 시절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취를 뽑내고 거들먹거리기 바빠졌을 시기다.
흔히 가지고 생각과 달리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회사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늘날의 칩설계는 결코 줄자를 대고 도면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계는 코드의 집합이다. 즉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엔비디아에는 만 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근무하며, 그들은 엔비디아 특유의 타이트함 속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추격하지만, 엔비디아는 그들의 십수 년의 유산 위에 올라서 있으며, 경쟁자들 못지않게 유능하다. 또한 경쟁자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한다. 젠슨황 그 자신이 뛰어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임은 엔비디아의 큰 강점이다.
'독서 > tech 저널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테이블코인 머니리셋 (0) | 2025.10.30 |
|---|---|
| 에너지혁명 2030 (0) | 2025.07.08 |
| 2차전지 - 선우 준 (1) | 2024.12.24 |
| 이더리움 백서(white paper, 2014) (0) | 2024.12.20 |
| 비탈릭 부테린 지분증명 (0) | 202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