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투자 관련

금리의 역습

btpoint 2026. 7. 3. 13:38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을 것만 같은 외양의 두꺼운 책이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결국 저금리가 모든 불평등과 왜곡의 원인라는 것. 

 

이자는 역사적으로 나쁜 것으로 취급되었다. 대부업자는 '고리대금업자'로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고리대금업자들처럼 지나치게 높은 이자로 대출자를 착취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돈은 분명 부가가치를 낼 수 있기에 지금 기준으로 이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해되기 어렵다. 하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예를 들어 소작농이 한 해 농사를 지어도 겨우 자기 식구들만 먹고 살정도의 생산만이 가능한 세상, 자본의 부가가치가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면, 이자에 대한 반감을 이해할 수 있다.

 

이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점차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돈의 '시간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자는 그 시간만큼 돈을 활용을 기회를 잃게 되고, 그 시간 동안 돈을 때일 수 있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이자가 없다면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자를 인정한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이자를 정당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문제가 된다.

 

오늘날 이자의 결정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이다. 근대 이후 중앙은행의 효시는 존 로의 제너럴 뱅크다. 존 로는 루이 14세의 전쟁비용으로 인해 프랑스정부가 진 엄청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활용했다. 무한정의 화폐발행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을 바탕으로, 존 로는 실질적인 수익이 미미하던 미시시피 주식회사의 주식을 고배당에 가격하락까지 제한된 구조로 발행했다. 미시시피 주식을 화폐 발행으로 부양하여, 정부 부채를 탕감시키려 한 것이다. 존 로는 이 과정에서 금리를 낮추고 화폐의 유통속도를 높이면, 경제가 실제로 살아나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이는 어이없는 생각처럼 보이고, 결국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실패하게 되었지만, 오늘날 위기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하는 행동과 본질적으로는 같다. 존 로는 금리와 유통속도의 개선이 경제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그리고 그것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칠지를 가늠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다. 

 

존로의 생각과 달리 낮은 금리는 경제 전방위적으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기술발전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게 된 현대에 이르러서 실제 GDP성장률보다 낮은 금리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담보,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장률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은, 자본거래를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대출이자보다 높다면, 경영자는 대출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여 손쉽게 기업의 수익성을 높힐 수 있다. 이는 저금리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 일이며, 오늘날 경영자들의 천문학적 급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저금리는 또한 한계기업들의 생존기한을 연장시켰다. 좀비들의 생존 기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제 전체의 동력을 깎아내리고, 이후 위기를 발생시키는 기반이 된다.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은 실제 경제의 성장률이 비해 절반에 불과했던 1920년대의 저금리 기간 동안 누적된 위험에 기반한다. 리만사태, 코로나 이후의 버블붕괴 또한 같은 모습이다.

 

이 책에 언급되지는 않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이것은 어쩌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생산성 격차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고금리를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정말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원칙대로 성장률만큼의 금리라면 견디지 못할 가계와 기업들이 많다. 그러면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정말로 좋아지게 될까? 자연도태와 변이를 통해 경제는 더 좋아지게 될까? 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책입안자의 이해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디플레이션은 인기 있는 정책일 수 없으며, 긴축정책을 핀 정권은 유지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이 기득권이며 또한 부유층임을 생각해 보면, 그들의 실제 이해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생산수단을 손에 쥔 사람들, 자본을 손에 쥔 사람들에게 저금리는 큰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이는 AI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