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180페이지의 짧은 책. 중간까지(4장까지) 뇌과학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웠으나, 이후부터는 뇌과학이라기보다 그저그런 사회과학이 되며 흥미가 반감되었다.
뇌는 왜 진화했을까
태초의 생명체들은 지금과 같은 복잡한 뇌를 가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명체들은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외부에 대한 판단과 예측 능력은 곧 생존능력이 되었다. 복잡하고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필요해졌으며, 신경세포의 명령체계로서의 뇌 또한 진화했다.
삼위일체의 뇌
파충류의 뇌(뇌간)가 진화하여 포유류의 뇌(변연계)가 되고 다시 진화해 인간의 뇌(신피질)가 되었다는 것이 삼위일체의 뇌가설이다. 하지만 오늘날 파충류이든, 포유류이든 모두 변연계와 신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각 뇌영역들의 발달 차이는 배아기 때 해당 영역에 부여되는 노출시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신피질이 뇌의 다른 영역보다 우월하다기보다, 필요에 따라 신피질을 발달시켰을 뿐이다. 인간은 도마뱀처럼 꼬리를 재생할 수 없고, 새처럼 날 수 없다.

뇌 속의 반도체
인간에게는 500조개의 신경세포가 있으며, 이를 관장하는 1200억 개의 뇌세포, 100조개의 시냅스가 있다. 각각의 뇌세포들은 입력과 출력을 가진다. 수상돌기가 입력을 수신하면, 이를 처리(계산)하여 축색돌기는 출력을 발생시킨다. 각각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고 하는 끝단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통해 통신하고, 신경조절물질에 의해 그 효과가 조절된다.

뇌는 변화하는 네트워크다
0~3세의 아기들은 뇌세포간의 연결가지가 성인의 2배에 이른다. 때문에 아이는 스펀지같은 학습능력을 가지며, 부모의 지식(특히 언어)을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연결가지들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는 단점이 되며, 아기의 연결가지들은 성장하며 점차 줄어들고 최적화된다. 뇌세포의 새로운 연결과 가지치기는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
뇌는 조합하고 예측한다
우리 뇌가 외부의 대상을 인지하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외부에서 받는 행위가 아니다. 때때로 인간은 외부의 정보가 두뇌에 도달하기 전에 인지한다. 인간이 보는 행위는 외부의 정보와 뇌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들 사이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다. 피카소의 추상미술을 보는 것는 머릿속의 사전정보와 그림을 조합하여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뇌가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 또한 조합이다. 조각조각 나뉜 기억의 조각들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조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인간의 기억은 때때로 부정확하고, 때로는 다르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