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정치 - 김수현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책.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고 싶어 읽어 보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
1. 임대사업자 혜택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계층을 위해 임대제도는 필수적이며, 자가 보유를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도 한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집값 상승기가 본격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기에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것은 정책적 실패였다. 수요 공급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저자는 자신의 임대 정책이 진보진영의 표밭 관리(자가보유 비율이 낮을수록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분석, 김수현 수석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언급됨)라는 비판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왜 이런 정책이 해당 시점에 시행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말 단순한 실수였을까?
2. 임대차 3법
김수현 전 수석의 재임 기간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임대차3법 또한 시행 시기가 부적절했다. 아파트 상승기에 시행된 임대차3법은 일시적으로(기존 세입자의 갱신권 :2년) 기세입자들의 전세가를 억제했을 뿐,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상승을 유도했다.
3. 보유세 인상
다주택자를 부동산 시장의 원흉으로 몰아가며, 높은 세금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처럼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이 정책은 단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을 달래고 정권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목적이었을 뿐이다. 상승기에 과세를 강화하면, 정권의 지속성을 신뢰하지 않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4. 포퓰리즘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기에 '임대' 활성화 정책과 과세정책을 남발했다. 과연 해당 시기에 해당 정책들이 효과적일거라 생각했던 것일까? 혹시 장기 집권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집값 상승의 책임을 부자들에게 돌려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려 한 것은 아닐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시기 글로벌 유동성 장세 속에서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는 상당부분 포퓰리즘이 초래한 결과였다.
정부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요소들
1.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저자가 강조하듯, 유동성과 금리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의도한다. 환율 안정을 위해 한국은 미국의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수재인 주택의 가격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이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금리와 유동성은 집값의 중요한 변수다. 저자는 대출 조이기(DSR 등)를 미리 시행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지만, 준비 없이 즉각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2. 공급 문제
부동산은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반면, 수요는 심리와 투기적 요인에 의해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승기에는 공급이 부족하고, 하락기에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관된 공급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은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부족하며, 기존 주택의 재건축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쉽지 않다. 즉, 한국은 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에도 정부보조금 등에 힘입어 꾸준한 주택 공급을 유지했고, 현재 주택보급률이 12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06% 수준이다. 이 10%의 차이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르지만, 한국은 6~8%에 불과하다. 한국은 무리한 주택 건설을 추진할 이유도, 현실적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3. 반값주택의 허상
일부에서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반값 주택 정책을 주장한다. 도시국가인 싱가폴은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싱가포르는 전체 토지의 90%가 국가 소유이며, 강제적으로 조성된 정부 기금이 막대한 수준이다. 한국은 이러한 조건과 기반이 없다. 그럼에도 선거철이 되면 반값 아파트, 누구나 집 같은 공약이 난무한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재원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이런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결국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다시 문재인 정부의 실책
정권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며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었다면 하기 어려운 발언들이었다. 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책을 읽지도 않고 음해했다고 비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알고서 그런 자신감을 보였던 것일까? 결국 그의 정책은 부동산 사이클을 역행하며 시장을 더욱 왜곡했다.
부동산 시장의 현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는 늘 부동산 정책에서 미봉책을 반복한다. 윤석열 정부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일관된 공급 정책도, 임대 정책도, 과세 정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금리와 유동성, 인플레이션 같은 외부 요인에 휘둘릴 뿐이다. 장기적인 정책 운영이 어려운 정치 현실 속에서, 정부 정책은 결국 포퓰리즘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불안정성은 향후에도 상승기에 더욱 큰 버블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그리고 저출산에 따라 많은 학교들이 폐교될 것이다. 앞으로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제한된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감소로 빈집이 여기저기 널린 지방도시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문화시설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주거인프라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방공동화가 진행될수록 수도권 쏠림은 가속화된다.
제한되고 불안정한 공급환경에서 소수의 지역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될 것이고, 이런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도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믿을만하고 일관적 정부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은 구조적으로 주기적인 주택 버블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상승요인 | 하락요인 |
유동성 상승/금리 하락 공급부족 누적 정책신뢰부족(포플리즘) 임대위주의 주택정책(상승기) | 유동성 하락/금리 상승 단기적 초과공급/장기적 공급 정책신뢰 확보(정부의 토지보유규모,가용자금, 장기집권) 임대위주의 주택정책(하락기) |